역량 면접’, ‘역량 평가’라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요즘 취업을 준비하거나 조직 내부에서 평가에 대비하는 사람이라면 ‘역량’이란 단어를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역량 중심의 면접 평가를 통과하려는 다급함 때문인지, 그 기술적인 대응 요령에는 귀 기울이지만 정작 역량의 본질적인 부분에는 관심이 미지근한 듯하다. 역량평가 대비 학원을 둘러봤다며 김모씨가 들려준 사례는 허탈한 웃음을 자아내는 촌극이었다.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주고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해서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있거든요.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들어두면 좀 나을까 싶어서 찾아갔는데, 강사가 선창하는 것에 따라 다들 뭔가를 복창하더라고요. 자세히 들어보니 보고서 목차 순서를 앞글자만 따서 외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태정태세문단세’라고 외웠던 것처럼요. 한심하다 싶어서 그 길로 나와버렸습니다”.
그가 말한 것은 아마도 분석·발표(AP)라는 역량평가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발표 면접이라는 것도 여기서 파생된다. 자료들을 분석해서 보고서로 만든 후 발표하는 모습을 평가사들이 관찰하면서 역량을 재는 방식이다. 그런데 보고서의 목차 순서를 외우고 있었다고 하니, 그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토론 면접을 기계적으로 준비한 지원자들이 ‘경청’의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서인 지, “다들 앞사람이 말할 때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더라”는 얘기도 들었던 터라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순간 웃음이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역량 면접이나 역량 평가에 임하는 지원자의 PASS (Positive Appearance Skill and Solution) 전략은 무엇보다 기계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원자의 기계적인 행동이나 암기를 장기간 훈련과 실전 경험을 갖춘 평가사(Assessor)가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평가사를 ‘졸’로 보는 것이다. 역량 개념은 서구에서 정교해진 것이며, 그 근간과 저변에는 서구인이 선호하는 사상이 흐르고 있다. 주어진 상황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도전해 극복하는 것을 이상적인 사람의 모습, 즉 높은 역량을 가진 자의 모습으로 본다. 뭔가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그 정반대의 모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