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하에서 인력 운영의 예측 가능성 높이기.” 2014년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많은 기업들이 지향하고자 한 인사 전략의 기본적인 방향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연초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은 내실 경영과 비용 절감, 효율화에 대한 필요성을 증가시켰고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인사 정책은 조직의 슬림화, 효율적인 인력계획, 고비용 저효율 인력 구조의 재편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4년 한국 경기도 회복의 모멘텀을 전망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정년 연장과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논의, 근로시간 단축 및 시간제 근로 등 2013년 노사 관계의 주요 쟁점 사항이었던 이슈들이 여전히 2014년 기업들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한 해도 여전히 ‘효율화’와 ‘차별적 경쟁력 확보’는 인사에서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체계적인 인력 계획의 중요성과 신규 사업 개발 및 글로벌 확장에 따른 인재의 확보·유지에 대한 강조점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기업 인사 부서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도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그림1 참조). 향후 인사 관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영역으로 인력 계획 및 효율적 인력 운영과 리더 육성 및 개발을 언급하고 있어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인력 효율화와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리더 육성에 대한 고민이 동시에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진행됐던 인사·조직 컨설팅의 주제를 분석해 보면 최고경영자(CEO)가 도전 받고 있는 핵심적인 과제도 “현재 조직과 인력 규모가 적정한가”와 “필요??자리에 적합한 사람(리더)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임원 후보군을 비롯한 시니어 리더에 대한 조기 발굴 및 체계적 양성에 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인사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요즘 들어 이러한 부분이 조명 받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 연관이 깊다. 그동안 산업 성장과 발전의 주축이었던 전후 베이이붐 세대의 은퇴 시가가 도래하면서 이들 리더 계층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 모든 기업의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많은 기업은 기존 리더를 대체할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인력을 찾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국에서는 CEO를 포함해 50% 이상의 시니어 리더가 2010년 이후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룹사를 중심으로 사장단 및 핵심 임원진의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양손잡이형 리더십 필요
한편 리더십 부족의 또 다른 원인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심화되는 극한 경쟁 구도로 볼 수 있다. 이는 곧 새로운 리더에게 요구되는 스킬과 경험이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는 것과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성장한 리더가 미래 사업이나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차별적인 전략을 개발하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리더를 확보하는 게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핵심 리더를 조기에 발굴, 육성하고 장기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적합한 리더를, 적절한 시기에,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듯이 리더십의 공백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인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리더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육성시키느냐에 따라 몇 년 뒤에 “당장 쓸 수 있는 마땅한 사람이 없다…”라는 CEO의 고민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헤이그룹이 최근 발표한 ‘최고의 리더십 기업(Best Companies for Leadership)’ 결과는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필요한 리더의 모습과 이러한 리더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선진 기업들의 접근 방법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리더십 상위 기업들이 지향하는 리더들의 특성은 최근의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양손잡이형 리더(Ambidextrous Leader)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의 운영의 효율성 (Operational Excellence)을 기하면서 장?袖岵막灌?미래의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고의 리더십 기업들은 신규 사업 개발을 위해 부문 간 협력을 활성화하고 이를 유도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본인의 전문 분야 이외의 영역으로 학습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직원들을 보상과 연계해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톱 20 기업들과 일반 기업의 접근 방법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그림2 참조).
양손잡이형 리더를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조직 내에 이러한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아래의 6가지 관점을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진을 포함한 리더들의 행동 변화가 우선돼야 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노력들이 작은 성공 스토리로 만들어짐으로써 리더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들에게 자신감과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1. 시니어 리더들이 변화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리딩한다.
2. 전문성과 조직 간 협력, 고객 중심의 마인드를 배양하는 조직 문화를 조성한다.
3. 운영 효율성(operational excellence)과 변화·혁신(innova tion) 사이의 갭을 최소화한다.
4.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5. 민첩성과 스피드를 강조한다.
6. 중간 관리자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최고의 리더십 기업들은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에 요구되는 역할과 이에 필요한 역량 및 스킬을 명확히 파악해 해당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로 육성하고 있다. 과거 임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됐던 역량들, 즉 높은 수준의 감성지능, 지속적인 학습 의지, 분석적 사고 등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이를 조직 전반에 함양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현시점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 활동을 단계별로 신중히 접근해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상위 기업들은 최고경영진 등의 고위 리더에만 한정해 집중적으로 리소스를 투자하기보다 중간 관리자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의 관점에서 육성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롭게 생겨나는 조직이나 업무에 리더십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보군에 대한 관리와 육성을 체계적으로 하고 있다(그림3 참조).
최근 3~4년 전부터 많은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기적인 리더십 진단과 엄격한 리뷰 과정을 통해 임원들의 리더십 현상을 파악하고 개인 코칭 및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상위 역할 수행을 위한 준비도를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생길 수 있는 조직 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최고의 리더십 기업들의 공통적 특성 중 하나는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성과 창출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리더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리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리더가 갖춰야 할 지향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각 기업마다 비즈니스 상황과 리더의 역할에 따라 갖춰야 할 역량과 경험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제조업 기반의 한국의 한 대기업은 몇 년 전 혁신 리더십 개발이라는 방향성 하에 애플이나 구글 등을 벤치마킹해 리더 육성 모델을 만들었지만 정보기술(IT) 기업에 요구되는 리더 특성이 잘 부합되지 않아 결국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리더 육성의 지향점은 조직 내의 고성과자가 보이는 행동 특성을 효과적으로 수집해 해당 기업의 용어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만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성장 지향점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리더십 유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출발점
둘째, 설정된 리더십의 개발 지향점에 맞게 리더십을 적절하게 잘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기적인 진단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조직에서 15~20년 이상 몸담은 리더들이 과연 행동 변화가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CEO나 임원들이 의문을 가지는 이유 중의 하나가 상당수의 리더십 개발 접근 방법이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리더 육성은 검증된 도구를 통해 본인의 리더십 현상을 냉정하게 바라봄으로써 ‘자기 인식(self-awareness)’을 높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실제로 수년간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리더십 진단과 이에 기반한 코칭을 진행해 보면 많은 리더들이 본인이 조직에서 보여주고 있는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리더 본인은 회식도 자주 하고 직원들과 잘 어울리려는 행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친화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것도 지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4 참조). 따라서 리더는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이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리더 본인의 의도나 노?쩜?충분히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다.
셋째, 리더십은 자기계발 서적에 나오는 듣기 좋은 이야기나 경구(警句)가 아니다. 많은 리더들이 리더십을 ‘실천’하기 이전에 ‘학습’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사결정 상황이나 직원들에게 지시하거나 코칭하는 자리 등 리더십의 발휘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냉정한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리더십 개발은 강의실이 아닌 현장에서의 실제 상황과 냉정한 고민 속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해 일상에서 리더십 개발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준비하는 시점인 지금 우리 기업들이 궁극적인 지향점을 잃고 단기적인 목표에 급급해 장기적인 관점의 인재 육성이나 구성원들의 적절한 참여와 몰입에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는지 다시금 되새겨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리더에 대한 육성과 리더십 개발에 대한 시급성을 분명히 인식하되 앞에서 살펴본 선진 기업들처럼 우선적으로 자기 조직에 적합한 리더의 상(像)과 유형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고려해 리더 육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금 먹고 있는 사과는 10년 전에 심었던 사과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호준 헤이그룹 상무
(출처 : 한국경제매거진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3&nkey=2013121100941000221&mode=sub_view )